높아지는 ‘딥테크’ 관심에 중기부 ‘초격차 프로젝트’도 문전성시

중기부 ‘신산업 스타트업 육성사업’, 평균 경쟁률 13대1 육박 ‘숨겨진 힘’ 딥테크 찾는 정부, “이전보다 파격적인 지원” 딥테크 중요성 높아지는데, 업계 “정부 지원안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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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의 ‘신산업 스타트업 육성사업’ 모집에 1,094개 사의 스타트업이 몰렸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발표된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바이오 △로봇 등 5대 분야 스타트업에 최대 11억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사업화 지원을 3년간 최대 6억원, 연구개발(R&D)자금을 2년간 최대 5억원 제공받을 수 있다.

이영 장관은 “최근 인공지능(AI), 미래차,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산업 분야 딥테크 육성은 필수적인 과제” 라며 “딥테크 기업이 초격차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평가위원 선발 및 평가 진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딥테크’ 스타트업이란?

이번 사업의 주요 포인트는 ‘딥테크’다. 딥테크란 사회에 큰 파장을 끼칠 수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면 아래 잠들어 있는 기술을 통칭하는 것으로, 주로 바이오, 에너지, 청정 기술, 컴퓨터 과학, 화학 분야가 이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딥테크로는 플라즈맵, 토모큐브, S2W 등이 있다. 플라즈맵이란 기존 대형 장비들에 비해 공정 시간이 10배 이상 빠른 멸균용 파우치다. 토모큐브는 세포 내부를 3차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3D 광학 필터 기술이며, S2W는 국내 최초의 다크웹 보안기술이다. 모두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기술들이라 할 수 있겠다.

사진=pexels

딥테크, 왜 중요한가

딥테크는 결국 ‘아직 발견되지 않은 힘’이다. 이는 곧 뛰어난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도 아직 시장성이 약해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딥테크는 초기 연구 단계인 경우가 많고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긴 기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테크놀로지(現 구글 딥마인드) 역시 구글이 인수하지 않았다면 중간에 도산했을지도 모를 기업이었다.

이런 딥테크 스타트업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딥테크 자체가 지닌 포텐셜에 있다. 우리 주변에 자리 잡은 딥테크만 하더라도 농업 드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혁신적인 물건들이 많다.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딥테크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도 딥테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스타트업에 있어 창업 3~5년 차의 ‘죽음의 구간’ 데스밸리를 무사히 넘기는 건 가장 처음 넘어야 할 관문이다. 이를 무사히 넘겨야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실현해나갈 수 있다.

글로벌 진출에도 딥테크 스타트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보유 기술을 중심으로 여러 스몰딜(Small Deal, 기업 내 사업부를 부문별로 나누어 매각하거나 통합함)을 모색할 수 있으며, 미래지향적 기술이 기업의 중심이므로 언어나 시장의 제약이 크게 받지 않는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은 기술창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성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2022년, 전년 대비 100~200%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최근 유망 스타트업 등 비상장벤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모빌리티, 바이오 등 주요 딥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당사의 운영 및 행보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열해지는 사업 경쟁률 “평가 방식 개선으로 부응할 것”

딥테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딥테크 스타트업 모집 경쟁률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이번 ‘신산업 스타트업 육성사업’의 경쟁률은 평균 13.1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장 지난해 관련 사업 경쟁률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뚜렷한 모양새다.

특히 경쟁이 집중된 분야는 바이오·헬스, 친환경·에너지 분야로 나타났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20.3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친환경·에너지는 1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밖에 로봇이 9.7대1, 미래 모빌리티가 8.6대1, 시스템 반도체가 3.5대1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각종 스타트업이 치열한 사업 경쟁에 뛰어든 건 초격차 프로젝트의 파격적인 지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본적인 내용은 기존의 ‘빅3 사업’과 같으나, 여기에 초격차 펀드 등 세부 프로그램이 추가된 것이 차별점으로 작용했다. 초격차 펀드는 1,100억원 규모의 펀드로, 성장 단계에 있는 선발기업의 민간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수 졸업기업을 대상으로는 글로벌 스케일업을 진행하고, 선발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우수기업 10%를 선정해 기업당 2년간 최대 10억원가량을 지원하겠단 계획이다.

사업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평가위원단 및 평가 방식도 개선한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학계·산업계 연구자와 글로벌 수준 대중견기업 임원, 벤처투자 전문가 등 240명을 평가위원단으로 선정할 예정”이라며 “기업당 1시간 내외 공개 심층 평가 방식을 이용해 기업들을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 평가단’을 모집함으로써 사업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를 끌어모으고 평가 절차의 투명성도 함께 확보한다. 국민 평가단은 창업 경력자 또는 관련 분야 전공자 등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경우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토록 했다.

딥테크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숨겨진 힘’ 딥테크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다. 정부의 초격차 프로젝트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를 중심으로 나오는 육성 지원 전략 전반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딥테크 스타트업 A사의 대표는 “딥테크 스타트업 중엔 높은 초기 비용을 투자해 어렵게 기술력을 키웠으나, 시장 트렌드의 급변에 방향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필드에서 뛰며 기술력을 키우고 있는 대다수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초점이 너무 신생 딥테크 유니콘 육성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딥테크는 초기 비용이 높아 스타트업보단 대기업이 뛰어들기에 더욱 알맞다. 때문에 딥테크의 주도권이 대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가 시장 잠재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더욱 전략적이고 입체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다. 특히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평등하게 기술 협업을 이뤄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관련 사업의 평균 경쟁률이 13대1에 육박할 정도로 딥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정부도 더욱 다각적인 방향성을 찾아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