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 벤처펀드’ 결성 마무리 단계, 지역 벤처생태계에 6,000억 자금 투입된다

지역혁신 벤처펀드, 2018년 1년 900억 예산에서 6,000억원대 펀드로 성장 지방 스타트업 지원 위한 마중물 역할에 큰 기대 지역 균형 발전 위해선 지방 인프라 개선 사업과 발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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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재 기업을 혁신하기 위해 조성된 ‘지역혁신 벤처펀드’가 전국 5개 권역에서 모펀드 결성을 마쳤다. 그간 부진했던 대구·제주·광주 권역과 전북·강원 권역도 다음 달 자펀드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자금 모집에 들어간다.

이번 지역혁신 벤처펀드에 결성된 정부 모펀드는 약 4,000억원이며, 내년까지 자펀드를 포함한 총 6,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지역 벤처생태계에 투입될 예정이다.

사진=한국벤처투자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기업 지원 목표로 출범한 지역혁신 벤처펀드

정부 산하 펀드들이 모태펀드와 민간자금의 결합형태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지역혁신 벤처펀드는 모태펀드, 지역 소재 공공기관 및 지자체가 출자한 자금 위에 민간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다. 운용기관으로 선정된 벤처캐피탈(VC)들이 자펀드를 설립해 운영하는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역혁신 벤처펀드는 마중물에 해당하는 최초 투자를 모태펀드, 지역 소재 공공기관, 지자체가 함께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벤처생태계 활성화 조짐에 따라 지역 벤처기업 지원 및 지역 펀드 조성에 관한 요구가 매해 늘어왔지만, 서울 및 경기권에 집중된 인프라 및 인력구조로 인해 그간 요구사항 수렴에 한계가 있었다. 비로소 지난 2018년 지역 펀드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임의 출자 형식으로 출범했고, 투자운용사로 선정된 VC는 지역 기업에 약정 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2021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 2022년 들어서는 부산, 충청에 이어 경북 지역에서도 ‘지역뉴딜 벤처펀드’라는 이름으로 펀드 결성이 가속화됐다.

작년 7월 경북형 지역뉴딜 벤처펀드 협약 장면/사진=경상북도

사업개시 첫해인 2018년에 974억원, 다음 해인 2019년 1,084억원, 2020년 853억원을 조성한 지역 펀드는 지난해 3,800억원 조성을 목표로 ‘지역혁신 벤처펀드’라는 이름의 모펀드로 재탄생했다. 지방 기업 발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VC들은 지역혁신 벤처펀드의 등장에 지방으로 눈을 돌리게 됐고, 투자라는 개념이 없던 지방에서 고군분투하던 지방 스타트업들은 더이상 융자가 아닌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투자 유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지방 투자 펀드는 46개, 그중 지방에 본점을 두고 있는 VC는 27개에 달한다.

한편 지난 2021년에 부산 900억원, 충청 903억원, 울산·경남 등 동남권 840억원의 모펀드 결성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대구·제주·광주는 894억원, 전북·강원은 588억원 규모로 모펀드 결성을 완료했다. 총 4,125억원의 모펀드 재원을 바탕으로 내년까지 총 6,000억원 이상 자펀드 결성이 목표다. 모펀드 주요 출자자로는 한국수자원공사와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해 각 지역 테크노파크(TP)가 참여했으며, 지역혁신 벤처펀드 운용상 해당 지역에 적합한 기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소재 공공기관이 자율로 참여해 발굴할 예정이다.

다음 달 중 자펀드 운용사 선정도 마무리

다음 달 중 3개 모펀드의 자펀드 운용사 선정도 마무리한다. 동남권 지역혁신 펀드는 최소 400억원, 대구·제주·광주 지역혁신 펀드는 426억원, 전북·강원 지역혁신 펀드는 280억원 규모로 각각 2개 자펀드, 총 6개 펀드 운용사를 선정한다. 지역별로 일정 수준 이상 금액을 지역 소재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각 펀드는 펀드 운용자산 60% 이상을 물 산업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운용사 수요도 적지 않다. 총 25개 운용사가 지역펀드 출자금을 요청했다. 한국벤처투자는 현재 2배수로 운용사를 추려 서류심사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 최종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출자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3개 권역 자펀드 출자 사업을 완료한 이후에는 충청권역, 부산권역 모펀드도 추가 출자에 나선다. 이미 두 차례 출자 사업을 마친 두 모펀드는 올해 마지막 출자 사업을 실시한다. 현재는 비하이인베스트먼트가 대전·충남 지역,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세종·충북 지역 운용사로 선정돼 자펀드를 운용 중이다. 부산 지역에선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엔브이씨파트너스(Co-GP), 선보엔젤파트너스가 지역혁신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자칫 위장전입만 늘 수도, 지역 인프라 개선을 위한 고민도 필요해

전문가들은 지역혁신 벤처펀드가 지방 스타트업과 지역 균형 개발 모두에 도움이 되는 펀드로 성장하려면 지방 인프라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칫하다간 투자를 받기 위해 본사 주소를 지방으로 옮겨두기만 하는 ‘위장전입’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해서인지 중소벤처기업부는 행정안전부와 협업을 통해 지방 청년들의 창업에 필수적인 청년창업센터를 건립하고 초기 자본금 공급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월 14일까지 한 달간의 일정으로 “2024년도 지방소멸대응을 위한 지역혁신 공모사업”도 추진한다. 공모는 인구감소지역 및 관심 지역(각 89개, 18개)에 해당하는 107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간 중앙정부 주도로만 이뤄졌던 지방 개발에 지자체가 과제를 주도하고 중앙부처인 중기부와 행안부가 보조하는 형식을 갖춘 것은 드문 일이다.

중기부는 이미 확정된 2023년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으로 전라남도 완도권에 청년 상가를 건립하고 미역, 김, 톳 등 해조류를 과자, 부각 등으로 상품화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