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다올인베스트 인수 확정’ 시너지 기대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

유동성 위기 빠진 다올금융그룹, 생존 위한 ‘꼬리 자르기’ 예상 인수가격은 2,000억원 이상, 최대 3,000억원까지 전망 매각이라는 호재에도 냉담한 시장, 주가는 3,300원 박스권

160X600_GIAI_AIDSNote

우리금융지주는 다올인베스트먼트 경영권 지분 52%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거래는 2023년 3월 23일 완료될 예정이며,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우리금융의 15번째 자회사가 된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자사 주식 5,200만 주를 주당 4,086.35원, 총 양수도 대금 2,124억9,020원에 우리금융지주 주식회사에 양도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2023년 2월 27일에 체결됐으며 계약금 2,124억9,900만원과 잔금 1,912억4,100만원은 2023년 3월 23일에 지급될 예정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우리금융지주는 다올투자증권 지분 52.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취득한 주식에 대한 의무 보유는 없으며, 예상 소유 지분율은 공시일 현재 발행주식 총수 1억 주를 기준으로 한다. 최대주주 변경은 주식 양수도 완료 시점에 최종 확정되고 관련 공시도 함께 이루어질 예정이다.

생존을 위한 ‘꼬리 자르기’

다올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탈 업계의 선두주자로,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4,000억원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업계 빅5 대형 벤처캐피탈 중 하나다. 우리금융은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향후 우리은행, 우리PE자산운용과 시너지를 창출해 5년 내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다올투자증권이 자회사 매각에 나선 이유는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등으로 생긴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다올투자증권의 우발채무는 6,46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93.0% 수준. 다올투자증권의 우발채무는 매입확약과 인수확약으로 구성돼 있으며, 우발채무의 80%가 중-후순위에 집중돼 있다.

작년 12월 5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다올투자증권을 SK증권,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과 함께 올해 등급 모니터링 대상에 올린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로 인상하면서 진행 중인 PF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수의 사업장에서 브릿지론의 본 PF 전환이 중단되고 우발채무가 점차 현실화하며 과도한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으로 인해 당분간 실적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것에 따른 결정이다. 

업계는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생존을 위한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룹 내 벤처 캐피탈 관련 계열사를 모두 매각한다는 것은 사실상 다올금융그룹의 벤처 투자 라이선스를 반납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다올인베스트먼트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때 매각에 나선다는 해석도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금융투자업과 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다올자산운용, 다올프라이빗에쿼티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사모펀드는 벤처투자 라이선스 없이도 유사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탐내는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의 관심도 한몫했다. 벤처캐피탈을 인수하면 금융지주사나 대형 증권사들은 비금융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올금융그룹, 고금리 시대 효자인 저축은행은 매각 제외

지난해 인수한 저축은행은 이번 매각에서 제외했다. 수신 기능이 있는 저축은행은 고금리 시대에 자체적인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은행은 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추가적인 이점도 있다. 현재 다올저축은행의 일반 통장 대출 신용공여 한도는 총 1조5,490억원으로 이 중 1조1,870억원이 사용됐고, 약 4,309억 원이 미사용 금액으로 남아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 다올투자증권에 필요한 것은 현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자회사”라며 “배당이 잘 나오는 저축은행을 굳이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다올저축은행은 영업수익 2,916억원, 당기순이익 549억원을 기록하며 그룹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8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덕분에 넉넉한 배당을 실시할 수 있었고, 모회사인 다올투자증권의 현금흐름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올해 다올투자증권은 다올저축은행으로부터만 120억원의 배당금을 확보했다. 다올금융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다올저축은행은 우수한 현금 창출 능력을 통해 그룹 내 입지를 강화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다올투자증권이 핵심 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태국법인 매각도 진행 중이며, 이번 매각을 통해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자본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약 4주간 실사를 진행했다. 양측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인수가격에 합의한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 예상 인수가격은 2,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최대 3,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진=네이버금융

시장 반응은 싸늘, 우리금융지주와 시너지 없다고 판단한 듯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벤처캐피탈 특성상 인력 관리는 PMI(인수 후 통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올인베스트의 경영, 조직, 투자 의사결정, 성과보상 등 현 시스템을 최대한 보장하고 파견인력을 최소화해 자율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수 후 사명 변경과 관련해 “다올인베스트 내부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2,125억 원에 인수한 것은 한때 3천억의 가치를 고려했을 때 헐값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당시에 비해 벤처캐피탈(VC) 시장이 악화됐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각이라는 호재에도 주가는 우리은행 인수 보도가 났던 12월 22일부터 3,300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은 향후 우리은행, 우리PE자산운용과 시너지를 창출해 5년 내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성장과 함께 벤처캐피탈 업계의 리딩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다올인베스트먼트 주가 움직임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부분을 바탕으로 시너지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최근 들어 급격히 VC 업계 업황이 악화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32억원 수준에 그친 점도 주가 움직임에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주식시장 반응이 미지근한 것과 더불어 우리금융지주가 그간 인수했던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점도 지적한다. 민영화 이후 우리금융지주의 사내 역량 확보가 더딘 행보를 보였던 가운데, 이번 인수에서도 자산 포트폴리오만 인수할 수 있을 뿐 VC 업계 초기부터 쌓인 업력을 학습할 수 있는 우리금융 내부 인력이 없다는 것이 우려의 핵심이다. 자칫 다올인베스트먼트 인력 대부분이 타 VC로 이직하게 될 경우 빈 껍데기만 인수했다는 혹평을 들을 수도 있다. 인수 자체에는 시장이 냉담했으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인사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