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7년 이상 했으면 지원 못 받는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관련 불만 폭증

정부 소상공인 정책자금, ‘업력 7년 이하’ 업체에만 대출 제한 예외 적용 업력 7년 이상 업체들, 심사 기준 충족하려 신용도 떨어뜨리기까지 코로나19 위기로 대출받은 업체들은 지원 소외되는 기형적인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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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저신용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정책자금인 소상공인·전통시장자금의 신청 조건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정책자금 신청자는 △업력 90일 이상 △NCB 개인 신용평점 744점 이하의 저신용자 △소기업 중 소상공인 기준 충족 △영리기업 △대출 제한 대상이 아닌 자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출 제한 대상을 규정한 항목 중 7~9번이다. 7번은 한계기업, 8번은 부채비율 700% 초과, 9번은 총차입금이 매출액 대비 100% 초과하는 경우 대출이 제한됨을 밝히고 있다. 업계의 반발을 부른 것은 각 조건 속에 포함된 ‘업력 7년 이하 업체에 대해서는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사항이다. 일각에서 업력 7년 이상의 저신용 업체는 정부 지원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8조원’ 대규모 지원책, 논란에 휩싸인 배경은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영)는 총 8조원 규모의 2023년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자생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원하는 융자 사업으로 올해 일반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 해소에 5,000억원, 재해 피해 소상공인, 저신용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의 경영 안정에 1조3,000억원,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막대한 지원 규모에도 불구 ‘업력 7년 이하’ 업체만 대출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저신용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업력 7년을 기준으로 지원자 심사 절차를 달리하고 있다. 업력 7년 이내까지 ‘창업기업’으로 보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의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법률을 소상공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금 서비스 이용해요” 신용도 낮추는 ‘꿀팁’까지 나돌아

한편 7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자영업자들이 심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용도를 낮추는 웃지 못할 상황도 등장했다. 저신용 소상공인 전용 정책자금은 업력 90일 이상 업체 중 대표자 개인신용 평점 744점(옛 6등급·나이스평가정보 기준)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 2.0% 고정금리로 대표자 신용도에 따라 최대 3천만원까지 5년간(2년 거치, 3년 상환) 지원해준다. 최근 시중 금리가 대폭 오른 만큼 2%대 금리 대출은 상당히 파격적인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달 16일 설 명절 전에 있었던 1차 신청은 나흘 만에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7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일부 자영업자들은 신청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일부러 신용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서는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제2금융권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일으키는 등 신용도 하락을 위한 갖가지 ‘꿀팁’이 공유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대출 신청을 위해 억지로 개인신용 평점을 낮출 경우, 이번 대출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업체 의지 꺾는 ‘업력 7년 이상’ 기준

신용도를 낮춘다고 무조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력 7년 초과 업체는 매출액 대비 부채 비율 등 면밀한 재무 상태 심사를 거쳐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부분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생계유지를 위해 연거푸 대출받은 상태여서 현재 대부분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원에서 소외된 이들은 “업력이 긴 만큼 (팬데믹으로 입은) 피해도 큰데, 괜히 7년 넘게 버텼다”며 자조 섞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편 ‘7년’ 기준은 해당 사업에서만 잡음을 빚은 것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중소벤처진흥공단의 혁신창업사업화자금도 창업기반지원, 일자리창출촉진 등 일부 사업에서 업력 7년 미만인 중소기업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다수의 벤처기업이 설립 이후 7년이 지나고 나면 벤처기업 인증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판단, 연장을 포기하고 ‘이노비즈 인증’을 선택할 정도다. 이노비즈는 기술혁신 역량을 갖춘 업력 3년 이상의 안정적 성장 기업 중 지속적으로 기술혁신, 가치혁신을 이뤄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들에 여러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7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자, 이들 기업이 지원 사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사설 컨설팅 업체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정부 지원 정책자금을 연구·분석해 기업이 최적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해준다’는 홍보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사설 업체를 거치고, 신용을 구겨야 겨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