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지분 9% 매각한 SM엔터, 최대주주 이수만 ‘법적 대응’ 예고

유상증자·전환사채로 SM엔터 지분 9.05% 취득한 카카오,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 얼라인파트너스 주주행동으로 영향력 잃은 이수만, 지분 매각 기회까지 뺏겼다 이수만 “SM의 신주·전환사채 발행은 위법” 주장, 최악의 상황 속 ‘마지막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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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주/사진=SM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회사 지분 9.05%를 카카오에 넘긴 SM 이사회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전 프로듀서 측 법률대리인인 화우는 7일 입장문을 내고 “SM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화우 측은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며, 이는 그간의 대법원을 포함한 각급 법원의 수많은 판결례를 통해 명백히 확인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며 카카오의 지분 획득을 막으려는 원인으로는 얼라인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 지목된다.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SM의 정기주주총회와 관련해 감사 선임을 위한 주주 제안을 했으며, 이후 회계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에 대한 열람 청구 등을 통해 이 전 프로듀서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이 전 프로듀서는 지난해 말 기준 SM의 18.45%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분쟁 끝에 SM과 이 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 사이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이 조기 종료됐으며, SM 이사회는 최대 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로부터 독립하게 됐다. 화우는 지난 20일 SM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사가 최대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에 합의함으로써 최대주주를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이 심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 9.05% 지분 취득 공시, 주가 ‘출렁’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일 보통주 123만 주(약 1,119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카카오다.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 가액은 91,000원, 전환사채의 전환 시 기준 주가는 92,300원이며 전환사채의 전환 청구 기간은 2024년 3월부터다. 전환사채에 부여된 전환권이 행사된 경우를 전제로 SM 이사회가 카카오에 배정한 신주와 전환사채는 SM 발행 주식총수의 약 9.05%에 달한다.

이에 대해 화우는 “SM의 이사회는 제3자에게 일방적으로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배정함으로써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지분을 확대하고 지배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며 “(정관 규정상) 긴급한 자금 조달 등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신주 또는 전환사채의 제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 SM은 현재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사회가 결의한 2,171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만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분쟁이 격화하며 SM의 주가도 덩달아 출렁였다. SM이 7일 제3자배정 유상 증자 공시를 내놓은 이후, 주가는 소폭 미끄러지며 90,1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는 개장 5분 만에 주가가 5,000원 상승하며 94,7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의 SM 인수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6만원 수준에 머물던 SM의 주가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10만원 근처까지 뛰었다. 이 전 프로듀서는 상승한 주가에 추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카카오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카오는 SM의 주가가 이미 인수 소식으로 한차례 뛴 상황인 만큼, 추가 프리미엄을 얹어주면서까지 이 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했다. 이때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행동으로 이 전 프로듀서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했고, 상황은 급변했다.

사진=네이버 증권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수만 몰아내기’

SM엔터테인먼트와 이 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끊어낸 주역인 얼라인파트너스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오비맥주 매각을 이끈 이창환 대표가 설립한 자산운용사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SM의 1.1% 지분을 확보한 이후, 회사 지배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자신들이 내세운 감사를 선임해 줄 것을 주주제안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 SM에 직함을 두고 있지 않은 이 PD가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매년 SM 매출의 6%가량을 수수료로 수취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연간 영업이익의 최대 46%를 프로듀싱 용역으로 가져가는 구조로 인해 SM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감사인 선임 시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에서부터 이사회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에 이르기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내에 정착된 시스템을 차근차근 밟아나갔다. 결국 이 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맺고 있던 연 200억원 규모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이 조기 종료됐으며, SM 이사회는 최대 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로부터 독립하게 됐다.

당초 카카오는 창업주이자 1대 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SM의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SM이 이 전 프로듀서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카카오와 이 전 프로듀서 간의 지분 매각 논의도 사실상 종료되었다. 굳이 경영권 프리미엄의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이 전 프로듀서의 지분을 확보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와 같은 파격적인 행태는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와 카카오가 모종의 협력 관계라는 풍문이 일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작년부터 이 전 프로듀서를 끌어내리려 하고 있지 않나. 일각에서는 배후에 카카오의 ‘사주’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카카오 “이수만 지분 인수 계획 없다” 선언

이번 지분 취득으로 2021년 5월부터 장기간 이어져 온 카카오와 SM 간 인수 논의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그동안 SM과 사업 협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고, 이 전 프로듀서의 지분 인수 대신에 지분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현재로는 이 전 프로듀서의 의 지분 인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경영권 매각을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고자 했던 이 전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황이다. 이 전 프로듀서의 법적 대응 예고는 SM 내에서 사실상 영향력을 잃어버린 가운데, 지분 매각마저 불발로 돌아가게 된 최악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식 시장은 차후 이어질 SM과 이 전 프로듀서 사이 법정 공방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