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위해 4천억원 규모 금융지원 나서는 은행권, 고금리 주춤하는 추세에 ‘효과 있을지’는 미지수

고금리 등 어려움 겪는 ‘中企 금융부담’을 덜고, 정부기관 정책 협조 위한 취지 혜택 보는 대상차주 약 28.5만 개 사, 감면혜택은 약 4,000억원에 달해 반면, 이자율 하락 추세인데 “고정금리 전환 정책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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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은행사 CI

은행연합회는 고금리·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등 약 4,000억원 규모의 자율적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재편 프로그램에 100개 이상의 기업을 추천하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지원 대상 기업을 워크아웃 기업으로 확대해 연간 500개 이상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산업부·중기부 등 정부 기관 정책에 협조하고 은행 간 협업을 확대·강화해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의 사업 재편과 재기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 이자율이 재차 하락하는 추세에 고정금리 전환 인센티브가 낮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한 검토 없이 작년 예산 편성 그대로 이행하는 정책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 중소기업 고정금리 대출 6조 공급하기로 했던 금융위

이번 은행권 중소기업 금융지원은 지난해 1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협조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달 11일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는 고물가·고금리 등 복합위기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6조원 규모 고정금리 특별대출을 지원하고, 환율 상승으로 결제 대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만기 연장 허용 및 혁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15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해당 지원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총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 6조원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중소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대출금리를 최대 1%p 가량 낮춰 변동금리 대출 수준으로 지원하고 향후 금리 상황에 따라 6개월마다 횟수 제한 없이 변동 또는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권 中企 금융지원 주요 내용

은행권은 위 정책에 이어 5대 은행(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을 중심으로 금융지원 방안을 통해 중소기업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에 나선다. 혜택을 보는 대상 차주는 약 28.5만 개 사에 달하며, 감면 혜택 총액은 약 4,000억원이 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으로 금리상승기에 중소기업 차주의 이자 부담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약 3,600억원을 쓰기로 했다. 또 연체 중인 중소기업 차주의 연체대출금리 경감하기 위해 나머지 약 4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출 회수 자제 및 신규 자금 공급 유지하고, 개별 은행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전 은행권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는 “연체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출 회수를 최대한 자제하고, 신규 자금 공급도 예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앞으로도 은행권은 개별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방안 중 효과가 좋은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더 많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많았던 고정금리 지원제도, 정책 효과 있을까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와 은행권의 고정금리 전환이나 고정금리 대출 등의 지원은 과거에도 많았다. 일례로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중소기업 차주들이 최대 1%p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 정책을 내놓았다. 당시는 CD(91일) 금리가 3%, 국고채 3년물이 4%대를 돌파할 정도로 시장금리 전반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기로 일정 수준의 낮은 고정금리 지원이 중소기업의 대출 부담을 더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현재 시장금리가 하락추세기에 이번 지원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투자협회가 고지하는 CD금리와 국고채3년물은 지난해 11월 고점을 찍고 하락 중으로 2월 6일 기준 각각 3.47%, 3.28%에 이르렀다. 또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한 달 전 4%대 금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과거 변동금리로 대출금을 빌린 기업들이 굳이 고정금리로 갈아탈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개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이 둔화하고 있다. 미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며 시장금리 역시 고점에서 한 단계 낮아진 상황이다. 향후 발표될 경기 및 물가 지표에 따라 시장금리의 추세가 달라지겠지만, 대세 하락이 예견되는 시점에서 과거 정책 방향과는 다른, 중소기업의 대출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