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경쟁률, 지난해 2배 이상 치열 “돈 가뭄에 VC들 몰렸다”

분야별 출자사업 경쟁률 전년보다 치열, ‘여성기업펀드’에 가장 많은 신청 몰려 ‘고금리로 악화된 벤처 투자 시장 및 예산 삭감’ 등 영향 경기 침체 우려되는 마당에 “예정대로 예산 줄이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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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는 2023년 모태펀드 1차 출자사업 접수 결과 총 79개 펀드가 9,500억원을 출자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올해 모태펀드 1차 출자사업 경쟁은 지난해 1차 정시 출자사업 경쟁률 3.5대 1의 2배가 넘는다. 모태펀드 출자규모가 3,700억원에서 절반 이상 삭감된 것과 더불어, 고금리로 인한 민간 자금조달 등이 어려워짐에 따라 위축된 벤처투자 시장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모태펀드는 민간 벤처 투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공적자금이다. VC 등 투자사가 출자하면 VC들은 이를 토대로 벤처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 등 벤처 기업에 투자한다. 벤처 투자 생태계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는 “투자가 줄어 어려움을 겪는 벤처·스타트업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투자금 적시 공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1차 정시 선정조합부터 투자목표연계 인센티브를 적용해 벤처캐피탈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상향된 분야별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사업’ 경쟁률

올해 ‘모태펀드 1차 출자사업’ 접수 결과 79개 펀드가 9,500억원을 출자신청했다. 한국벤처투자가 직접 운용하는 지역혁신 벤처펀드(모펀드) 330억원, 글로벌펀드(모펀드) 235억원을 제외한 출자사업만을 기준으로 경쟁률을 따지면 7.5대 1로 지난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분야는 여성기업펀드로 나타났다. 1개 조합에 130억원을 출자할 계획에 무려 10개 조합이 1,300억원의 출자를 요청하면서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출자규모가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청년창업펀드와 소재·부품·장비 펀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년창업펀드(3개 조합 330억원 출자)는 27개 조합이 2,940억원 출자를 신청해 8.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울러 소재·부품·장비 펀드(3개 조합 300억원 출자)는 24개 조합이 2,339억원 출자를 신청해 7.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 밖에도 사업재편·사업전환 승인기업 및 재창업한 기업에 투자하는 재도약펀드는 6대1, 인수합병(M&A)과 중간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M&A펀드는 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 전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을 대변했다.

벤처 투자 시장 얼어붙었는데, 계획대로 모태펀드 예산 줄여야 하나

중기부는 이미 지난해 8월 모태펀드 예산 삭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기부 차관 등 주요 인사는 기존에 조성된 펀드의 여유분을 활용할 수 있어 시장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예견했다. 특히 이영 중기부 장관은 “민간 주도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며 점차적인 예산 감축을 단행해왔다.

하지만 벤처 업계의 생각은 달랐다. 벤처 투자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 중인 시장금리로 인해 위축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에 큰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의 예산마저 삭감되면 시장이 재차 급격하게 얼어붙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더해 정부의 생각처럼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벤처 투자를 주도하지만, 정부는 모태펀드 규모를 유지하며 민간 비중을 점차 높여가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경기침체가 찾아와 일부 기업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번 예산 삭감과 같은 정책 집행이 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이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이 한층 둔화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높은 수준의 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마저 우려되는 시점에 벤처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개선해 무너진 투자 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조속히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