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 ‘3월 상장’ 결정한 LB인베스트먼트, 밸류에이션 우려 해소할 수 있을까

2018년부터 준비해온 상장, 밸류에이션 상승 노리다 시기 크게 지연돼 시장 침체·상장 VC 하우스 주가 약세, 관계자 “밸류 인정받지 못할 것 알고 있었다” 투자한 주요 비상장 기업들까지 ‘휘청’, PER 적용해 밸류에이션 측정할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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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B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가 26일 금융위원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상장에서 약 462만주를 공모한다. 주당 공모 희망가 밴드는 4,400~5,100원, 최대 공모 예정 금액은 약 236억원이다. 다음 달 23~24일 양일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3월 2~3일 일반청약을 받아 3월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LB인베스트먼트는 1996년 LG전자, LG전선 등의 출자로 설립된 LG창업투자의 후신이다. 계열 분리에 따라 2008년 LB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총 누적 투자 규모는 1조 7,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약 2,400억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며 회사의 운용자산(AUM) 규모가 약 1조 2,000억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선택과 집중’, ‘적극적인 후속 투자’ 등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 기업을 직접 발굴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번 상장으로 마련한 재원을 실력 있는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벤처펀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니콘 기업 투자 선도한 LG가 1세대 VC 

LG가(家) VC로 잘 알려진 LB인베스트먼트는 1996년 설립된 1세대 VC다. LG 그룹 3세인 구본천 LB그룹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LB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운용자산(AUM)은 약 1조원이며, 올해 주요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0%대 중후반으로 추산된다.

LB인베스트먼트의 사업부는 크게 사모펀드 분야와 벤처투자 분야로 나뉜다. 벤처투자 분야에서 LB인베스트먼트는 하이브, 카카오게임즈, 컬리 등 다수 유니콘 기업에 선도 투자자로 참여하며 성장 파트너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2,024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LB인베스트먼트는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에 300억원을 투자했으며, 태블릿 기반 주문 플랫폼업체 티오더와 K팝 상거래 플랫폼 기업 케이타운포유에도 각각 100억원씩 투자했다. 스마트 기기용 디자인 소프트웨어 프로토파이를 개발한 스타트업 스튜디오씨드와 디지털 마케팅 통합 솔루션업체 아드리엘에는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사모펀드 분야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의 협력으로 LG유플러스 PG(전자사업결제대행)사업부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FI, 금전적 수익을 내기 위해 참여한 투자자)로 참여했다. PG는 구매 고객이 가맹상점에서 신용카드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한편, 비바리퍼블리카는 LG유플러스의 PG사업부 인수 이후 ‘토스페이먼츠’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밸류 상승 기다리다 상장 적기 놓쳤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아왔다. 이르면 2019년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이하 밸류) 문제로 3년 이상 상장이 지연됐다. 실질적인 상장 준비는 일찍이 완료됐지만, 원하는 만큼의 밸류를 인정받지 못하자 적합한 때를 기다려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이 크게 침체하며, 밸류가 상승하긴커녕 오히려 LB인베스트가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비 상장사의 ‘성장성’보단 ‘실적’을 따지기 시작한 기관투자자의 눈에 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VC 하우스들에게 공모자금은 기업의 추가 성장을 위한 투자금이라기보다는 투자 재원에 가깝다.

실제로 최근 상장한 VC 하우스들은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공모가도 대부분 밴드 최하단 수준에서 결정됐다. 2021년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다올인베스트먼트(前 KTB네트워크)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밴드 최하단가인 5,800원을 공모가로 결정했다. 지난해 초 상장한 스톤브릿지벤처스도 20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최하단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책정했다.

현재 두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각각 45%, 22%가량 하락한 상태이며, 다올인베스트는 사업 안정화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가 높은 밸류를 인정받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밸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 뻔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올 3월에 상장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상장 기업의 약세, PER 적용 밸류에이션 전망

비상장 벤처기업들의 시가총액 및 주가 약세도 LB인베스트먼트의 밸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컬리(마켓컬리) 등 한때 ‘효자 종목’으로 꼽히던 벤처기업의 장외 시가총액 및 주가는 최근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2022년 12월 두나무의 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6.9% 하락했으며, 비바리퍼블리카와 컬리는 각각 76.9%, 65.1% 내렸다. 보유 자산 가치가 폭락하자 자연히 LB인베스트먼트의 가치도 휘청이기 시작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LB인베스트먼트는 피투자기업들의 시가총액 하락 영향을 받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아닌, 실적에 기반한 주가순이익비율(PER)을 적용해 밸류에이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상장한 VC 하우스들과 동일한 전략이다. 주가수익비율은 현재 주식 시장에서 매매되는 주식 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며,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말하며,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