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페이백” 내세우던 라이브커머스 ‘보고’ 회생 절차… 투자금으로 몸집 불린 이커머스 기업들 ‘빨간불’

삼성 사내벤처 출신 스타트업 ‘보고플레이’ 적자 누적으로 창업 4년만 회생 절차 ‘최저가’ 마케팅으로 회원수 100만 넘었지만, 수익성 악화로 ‘대금 돌려 막기’ 의혹 회배달 ‘오늘회’, 패션커머스 ‘힙합퍼’ 서비스 중단 시련, “투자금 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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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고플레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고플레이가 회생 절차를 밟는다. 업계 최저가 판매 전략으로 적자가 쌓이면서 회사 경영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는 전날 입점업체들에 이메일을 통해 회생 절차 소식을 알렸다. 류 대표는 “현재 투자 상황과 시장 상황에 따른 매출 추이를 볼 때 독자적인 힘으로는 더 이상 단시간 내에 개선이 어려움을 직시하게 됐다”며 “보고플레이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회생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보고플레이는 오는 19일 입점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회사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보고플레이는 삼성 사내벤처를 통해 탄생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C-LAB으로 시작해 지난 2019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초특가 할인’ 라이브 커머스 상품을 내세우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거래액 2,300억 원,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 포스코기술투자, IBK기업은행, SK증권 등으로부터 11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기업 가치는 1000억원 대로 거론됐지만, 1년 만에 사업이 고꾸라졌다.

‘최저가 마케팅’으로 급속 성장했지만, 수익 못 챙기며 무너져

사진=보고플레이

보고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로 입소문을 탔다. 라면 같은 생필품부터 의류, 전자제품 등 여러 제품을 업계 최저가로 판매해 급속도록 고객을 늘렸다. 문제는 과도한 할인에 따른 경영 악화였다. 예컨대 보고는 휴지와 섬유유연제를 구매하는 회원들에게 구매 금액만큼 포인트로 페이백을 해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마케팅’으로 할인률만큼 빠르게 고객을 모았지만, 할인 쿠폰과 적립금을 남발해 재정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플레이는 지난달부터 입점업체들에 상품 판매 대금 정산을 제때 해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플레이의 경영위기설은 지난해 연말부터 제기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선 입점 협력사 직원이 “보고플레이 측에서 대금지급 1개월 유보 공문을 보내왔다”는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보고플레이 측이 5월에 110억 투자받은 것을 모두 소진하고, 10월 프로모션 비용을 과다하게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며 대금 지급을 미뤄왔다. 협력사 직원은 “협력사 정산 대금으로 레버리지(대출)를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력사에 줘야 할 결제 대금까지 사업에 사용하는 ‘돌려 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온라인에선 “보고플레이가 제2의 머지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할인 앱 머지포인트가 20%에 달하는 할인율로 100만 명에 달하는 고객을 확보한 뒤, 지난 2021년 갑작스레 서비스를 중단한 ‘머지사태’를 빗댄 것이다.

벤처 불황 직격탄 맞은 이커머스 스타트업들 “투자금으로 내실 없이 외형만 키운 대가”

글로벌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기 침체의 우려가 커지면서 이커머스 스타트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별다른 서비스 혁신 없이 파격적인 할인을 내세우며 사용자를 모아 회사 몸집을 키우는 방식에 한계를 맞았다는 게 유통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급가보다 싸게 물건을 판매하던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경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수익원 없이 투자금에 의존해 외형만 불렸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고 있다는 것이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지난해 9월 협력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패션 커머스 힙합퍼는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고플레이가 추가 투자금 유치에 실패하면 자금난은 심화될 것”이라며 “최근 서비스를 중단한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