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기’ 개발 오렌지바이오메드, 10억원 규모 투자 추가 유치

세계 최초로 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 기기 개발, 혈액 한 방울로 간편하게 기존 고가 장비 대비 획기적으로 저렴한 가격, 검사 소요 시간도 짧아 국내 의료 기업의 획기적인 기술력, 글로벌 진출로 상품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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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렌지바이오메드

당뇨병 진단 및 모니터링 스타트업 ‘오렌지바이오메드’가 지난달 인탑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7월 서울신기술투자회사와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로부터 확보한 16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후 5개월 만이다.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미세유체기술 기반의 당화혈색소 측정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진단과 모니터링에 쓰이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당뇨 환자는 3개월마다 전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오렌지바이오메드가 개발한 현장 진단 의료기기를 활용하면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15분 내로 당화혈색소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박예슬 오렌지바이오메드 각자대표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Hospital at Home, 즉 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와 원격의료 서비스를 환자가 집에서 편안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델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있다”며 “한국의 스타트업이 병원 장비 수준의 당뇨 모니터링 기기를 휴대용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세계 당뇨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대용 당화혈색소 측정기 개발

오렌지바이오메드는 세계 최초 휴대가 가능하며,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 측정기를 개발했다. 당화혈색소란 적혈구 내 혈색소에 당 성분이 결합한 당화단백질로, 3개월 동안의 혈당 추세를 반영하는 바이오마커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지면 혈액의 점성이 증가해 혈관과 주변 조직에 손상을 입히므로, 당뇨 진단과 관리를 위한 주기적인 측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혈당과 달리 당화혈색소는 가정에서 측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고가의 전문 장비를 갖춘 대형 병원이나 검사 기관에서만 측정이 가능하며, 결과를 확인하는 데에도 최소 1~2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렌지바이오메드의 현장 진단 의료기기는 혈액 한 방울만으로 측정이 가능하며, 15분 내로 측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시중에 나온 개인용 혈당측정기와 유사하게 손바닥 크기의 휴대용 기기 본체에 일회용 카트리지를 끼우고 혈액을 떨어뜨리면, 일정 시간 이후 화면에 당화혈색소 수치가 표시되는 방식이다.

가격이 수백만원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타사 당화혈색소 측정 장비들과 달리, 오렌지바이오메드가 개발한 기기는 수십만원의 저렴한 가격대로 개인 및 가정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차후 오렌지바이오메드는 각자 가정에서 당화혈색소 관리가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 및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고가의 장비를 갖출 여력이 없는 중소규모 병원도 공략 대상이다.

오렌지바이오메드는 벤처기업 인증,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원천기술 특허 등록 등을 마쳤으며,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와 연구 협약을 체결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당뇨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원격 의료, 디지털헬스 전문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혁신 의료기업, 글로벌 진출 노려야

국내에는 오렌지바이오메드처럼 혁신 기술을 보유한 의료·헬스케어 기업이 많다. 일례로 아이메디신은 클라우드 기반 뇌 자동 분석 시스템, FDA 승인을 받은 휴대용 뇌 스캐너, 근적외선 LED 광자극술을 통합해 치매, 알츠하이머병, 기분 장애 및 기타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 및 예방적 치료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정신 건강 플랫폼 회사다. AI 기술로 기존 EEG를 디지털화하여 진단을 혁신했으며, 난치성 만성 신경정신병 장애를 위한 대안적 디지털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료기기 R&D 스타트업 뉴아인(Nu Eyne)은 생체전자의학 개념을 도입해 신경 재생을 촉진하고, 특정 생체 기능을 유도해 환자들이 집에서 편리하게 각종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 노인성황반변성, 이명, 안면신경마비, 비소세포폐암 등 적응증 치료를 위해 유명 대학병원과 제휴를 체결, 새로운 의료 기술을 연구 및 검증하고 있다.

이들 혁신기업은 뛰어난 의료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전세계 최대 헬스 시장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상태다. 기술 사양에 집중하다 보니, 높은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도 아직 상품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일례로 오렌지바이오메드의 경우, 병원 접근성이 낮고 의료비가 비싼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당뇨 관리 수요를 흡수해 국내 대비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국내 혁신 기업들의 뛰어난 기술력은 아직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비행을 위해서는 적합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및 기틀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차후 이들 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활로를 찾고, 당당히 글로벌 의료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