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미국판 당근마켓’ 포쉬마크 1.5조원에 인수 완료

네이버, 북미 C2C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 약 1조 6,700억원에 인수 완료 C2C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 영향력 확보 위해 프리미엄가로 인수 단행했다 적자 상태인 포쉬마크, 네이버 커머스 기술 적용해 경쟁 뚫고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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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쉬마크 공식 홈페이지

네이버가 창사 이래 최대 M&A(인수·합병) 건인 포쉬마크 인수 절차를 최종 완료했다고 6일 공시했다. 포쉬마크는 북미 C2C(개인 간 거래) 패션 플랫폼으로, 총 인수가는 가용 현금에 대한 대가 등을 포함해 약 13억 1,000만 달러(약 1조 6,700억원)에 달한다. M&A가 완료됨에 따라 포쉬마크는 5일(미국 현지시각) 나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네이버는 C2C 시장이 사용자 간 다양하고 희소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거래하는 차세대 커머스 시장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포쉬마크를 인수했다. 한동안은 포쉬마크 구성원과 PMI(인수 후 통합)에 집중하고, 차차 스마트렌즈·라이브커머스 등 자사 커머스 기술을 포쉬마크에 적용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시장 초기 단계부터 장기적인 관점으로 글로벌 C2C 포트폴리오 구축을 시작했다”며 “이번 인수로 북미 시장까지 확대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진출해 C2C가 주요 매출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MZ세대 이용자 다수 보유한 ‘미국판 당근마켓’

포쉬마크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북미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2011년 출범했으며, 현재 8,000만명 수준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당근마켓과 유사한 지역 단위 커뮤니티 형태 서비스로, 이용자는 자신이 팔로우한 인플루언서나 판매자의 게시물을 손쉽게 살펴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도 구현되어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용자 80%가 MZ세대라는 점이다. 커뮤니티형 모델로 일반 중고거래 플랫폼과 달리 사용자 평균 접속 시간이 25분 이상으로 길어,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험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거래액(GMV)은 18억 달러(약 2조 5,900억원), 매출은 3억 3,000만 달러(4,748억원)다.

네이버는 그동안 꾸준히 글로벌 중고거래 플랫폼에 투자해왔다. 2020년 12월엔 일본에 빈티지 콘셉트의 전자상거래 커뮤니티 ‘빈티지시티’를 론칭했으며, 2021년 초엔 스페인의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Wallapop)에 1억 1,500만유로(약 1,550억원)를 투자했다. 국내에선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운동화 전문 중고거래 플랫폼 ‘크림’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 역시 C2C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프리미엄가로 인수 단행한 이유는?

포쉬마크 총 인수 가격은 총 13억 1,000만 달러(약 1조6,700억원)로, 네이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포쉬마크의 몸값이 치솟은 원인으로는 ‘프리미엄’이 꼽힌다. 네이버가 책정한 포쉬마크 주식의 가치는 10월 3일 종가 대비 15%, 30일간 평균 가격의 34%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네이버가 이처럼 큰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포쉬마크 인수를 단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쉬마크는 온라인 상거래 기업이지만, 북미 지역에서 아마존과 경쟁하지 않는 얼마 안 되는 기업이다. 이에 더해 아마존이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을 한정된 품목과 커뮤니티 기반 모델로 집중 공략, 젊은 이용자를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유명 경제매체 포춘은 포쉬마크를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 2022’ 중 48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글로벌 C2C 시장 영향력 확대, 다수의 MZ세대 이용자 확보 등 포쉬마크 인수를 통한 사업 확대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으로 보인다.

포쉬마크 인수로 네이버의 C2C 사업 범위는 북미-유럽-한국-일본까지 확대됐으며, 글로벌 MZ세대를 위한 네이버의 서비스 포트폴리오도 한층 탄탄해졌다. 네이버는 MZ세대를 위한 서비스에 대해 꾸준히 투자해온 바 있다. 2021년에는 캐나다의 웹소설 커뮤니티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했으며,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글로벌 누적 가입자 3억 4,000만 명 규모까지 성장시켰다. K-POP 팬덤의 소통 창구인 글로벌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도 현재 네이버가 보유 중이다.

사진=크레이그리스트

미국에 중고거래 플랫폼 경쟁사들

하지만, 포쉬마크에 ‘탄탄대로’가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경쟁사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베이(ebay)는 다양한 종류의 물건과 서비스를 일반 개인과 사업체가 사고파는 플랫폼으로, 전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개인 광고, 직업, 주택 공급 등 안내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역시 경쟁사 중 하나다.

크레이그리스트는 다양한 분야의 거래를 취급하며, C2C 거래는 그 서비스 중 하나다. 크레이그리스트가 오랫동안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사용자들 상당수가 검증되지 않은 상품들이 여과없이 거래되는 탓에 언제나 신뢰도 측면에서 의문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이베이가 상대적으로 성공을 거뒀던 것도 상품의 품질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절차를 서비스 측면과 사용자의 후기 측면에서 보정을 해 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당근마켓이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를 따라잡은 것도 같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고거래 사기로 괴로움을 겪던 많은 사용자들에게 당근마켓에서 상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환불, 사용자 계정 정지 등의 구제책과 대응책을 잇달아 제시했기 때문이다. 포쉬마크는 여전히 미국시장에서 진입단계에 있는 서비스로, 이베이 수준의 신뢰도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지 못한 상태다.

거기에 더불어 현재 적자 상태인만큼 포쉬마크가 차후 북미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을 위해 많은 노력, 시간,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인수가 일종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포쉬마크는 차후 차후 네이버의 커머스 기술 도입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이용자 및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포쉬마크가 ‘프리미엄가’에 상응하는 이익을 네이버에 안겨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