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 부른다는 대체거래소, 제도적 보완 ·업계 내 합의는 ‘미적지근’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거래 시간 연장·호가 방식 다양화… “독점 시장 끝날까” 제도적 보완 미비, 수익성 확신 어려워진 증권사들 벌써부터 ‘뒷짐’ 한국거래소-대체거래소, 대체거래소-가상자산 시장 등 이해관계 정리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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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거래비상장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을 운영하는 피에스엑스가 21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분석한 대체거래소 도입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주식거래 서비스를 통한 대체거래소의 직접적인 매출 창출 외에도 생산 유발 효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및 고용 창출 효과까지 대체거래소 사업의 시장 가치 가능성을 조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대체거래소를 통해 발생하는 부수적인 생산 유발 효과는 약 1,991억원 수준이다. BCG는 대체거래소 법인이 납부하는 소득세 수입, 다양한 플랫폼과의 협업 등에 힘입어 오는 2030년까지 약 1,892억원에 달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대체거래소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1,100명 규모의 금융전문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에스엑스 김세영 대표는 “대체거래소로 인해 사회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실익 및 효과를 파악해 대체거래소 사업 추진 타당성을 확인했다”며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금융 서비스와 모험자본의 선순환을 목표로 기여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규 증권거래소 매매 기능 대체, 국내 증권계 ‘경쟁체제’ 돌입

대체거래소(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다. 미국에는 총 64개의 ATS가 존재하며, 유럽에는 지난 2020년 기준 무려 142개의 MTF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설립 이후 67년간 국내 증권 시장을 독점해왔다. 국내에서 ATS 설립 관련 논의가 오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 설립 근거가 마련되면서부터다. 길고 긴 논의 끝에 지난 11월 10일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 및 출자기관 34사는 지난 대체거래소 설립을 위한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를 설립했다.

ATS 인가 신청은 내년 3월부터이며, 업계에서는 2024년에 ATS가 본격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ATS가 출범할 경우,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 청산·결제, 시장 감시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며, 대체거래소는 주식 매매 기능만 수행하게 된다. 국내 증권 시장이 기나긴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대체거래소 설립의 효과는?

하지만 대체거래소가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주식 매매 시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를 선택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닌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정규 거래 시간의 변경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 시간은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다. 하지만 대체거래소가 거래 시간을 이보다 긴 시간으로 지정한다면, 거래 시간이 연장되는 것은 물론 야간 주식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증권 시장의 호가 방식 종류도 증가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는 다양한 ATS로부터 출발한 200여 가지의 호가 방식이 존재한다. 반면 국내의 호가 방식은 현재 20여 개에 그친다. 대체거래소의 설립에 따라 시장가와 지정가가 아닌 방식으로도 주문이 가능할 수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와의 연결 상태와 무관하게 대체거래소를 통해 신속하게 주문을 체결할 수 있다.

사진=서울거래비상장

미적지근한 제도적 보완, 증권사들은 ‘머뭇머뭇’

전문가들은 대체거래소의 국내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거래소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는 대체거래소의 최저 자기자본이 투자중개업 200억원 또는 투자매매업 300억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별도의 설립 요건이 없으며, 일본의 경우 자기자본 요건이 3억엔(약 31억원) 수준이다. 대체거래소 설립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요건과 주식소유제한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사이 이해관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한국거래소가 시장 감시 기능 전반을 담당할 경우,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거래소가 대체거래소의 감독 업무를 수행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만큼 제3의 독립 기관이 시장감시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확실한 제도 보완이 이뤄지지 않자, 일부 증권사는 ATS 주주가 되기를 포기하거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수익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이 묶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다. 메리츠증권은 거래소 투자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ATS 투자를 포기했다. 메리츠증권은 한국거래소의 지분을 5.83% 보유하고 있으나, 여기서 나오는 배당수익은 연 100억원 미만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매출액은 1조원을 돌파했지만 메리츠증권에 떨어진 배당금은 58억원에 그쳤다.

작년에 매매 서비스를 개시한 토스증권은 ATS 설립 참여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국내 주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일단 시장 점유율을 높인 다음에 참여를 고려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매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카카오페이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ATS, 비증권형 토큰 거래 다룬다? 가상자산 업계 반발 거세

금융투자협회는 대체거래소(ATS) 내에서 비증권형 토큰을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사태로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된 상황에 대체거래소(ATS)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ATX가 비트코인 등 비증권형 토큰까지 다루게 될 경우,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가 수행하던 기능을 대부분 대체하게 된다.

하지만 ATS가 비증권형 토큰을 다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먼저 기술적인 문제가 꼽힌다. 가상자상은 전통적인 금융 상품과 다른 메커니즘으로 상장·유통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과의 형평성과 관련한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5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법률 자문을 구해 증권형 토큰이 아니라고 판별된 가상자산에 한해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증권형 토큰의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증권형 토큰을 취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ATS는 비증권형 토큰을 취급할 경우 증권형 및 비증권형 토큰을 모두 다룰 수 있게 된다.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정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어떻게 보면 업계 내 헌법과도 같은데, 그 과정에서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ATS가) 비증권형 토큰까지 다룰 경우 기존 산업군에서는 큰 위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