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 기업 ‘파워큐브세미’ 시리즈 B 투자 유치, 누적 투자 금액 90억

Si·SiC 소재 전력반도체 주력, 국책과제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개발 중 실리콘 한계 이겨낸 산화갈륨 소재, SiC 대비 제조 비용도 저렴 SK 등 대기업도 뛰어드는 전력반도체 시장, 미래 전망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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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워큐브세미

29일 전력반도체 전문기업 파워큐브세미가 게임체인저 인베스트먼트, 빌랑스인베스트먼트, 안다아시아벤처스로부터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금액은 비공개이며, 누적 투자 금액은 총 90억원이다.

실리콘(Si)과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전문 기업인 파워큐브세미는 2017년부터 대용량 Si Super Junction MOSFET 제품을 개발해 2021년 서버용 파워와 차량 내장용 완속 충전기(OBC)의 제품 라인업을 완성하고, 이를 해외 전기차 기업에 수출하고 있다. 또한 대형 국책과제를 통해 1700V SiC Trench MOSFET을 개발해 SiC MOSFET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2023년부터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파워큐브세미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천안 산업단지 내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투자유치금은 전력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 능력 증대를 위한 시설 증설에 활용할 예정이다.

강태영 파워큐브세미 대표는 “차량용 전력반도체는 일반용보다 까다로운 품질관리와 생산 관리를 요구받기 때문에 자체적인 신뢰성, 품질 관리 능력이 절실하다”면서 “천안 공장이 완공되면 이와 관련한 생산 관리와 품질 관리가 가능하게 된다.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품질 관리력을 갖춰 몇 단계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유일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R&D 팹 보유

파워큐브세미는 전력반도체 전문업체로 현재 실리콘 및 실리콘 대비 전력 효율성과 내구성 등이 높은 SiC(실리콘카바이드) 소재를 활용한 전력반도체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 OBC(온보드차저, 내장형 완속 충전기) 업체 향으로 제품을 공급 중이며, 이외에도 산화갈륨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R&D 팹을 보유한 것은 국내에서 파워큐브세미가 유일하다.

파워큐브세미는 현대차 기초선행연구소와 손을 잡고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함께 달리기)’의 ‘1200V급 산화갈륨 전력 반도체 소자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파워큐브세미는 앞서 현대차 기초선행연구소가 설계한 국내 최초 600V급 산화갈륨 다이오드를 공정 기술 연구를 통해 개발한 바 있다. 600V급 산화갈륨 다이오드 개발 경험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전압 수준을 두 배 끌어 올린 1200V급 산화갈륨 다이오드를 개발하고 있다.

파워큐브세미는 1200V급 다이오드가 향후 전기자동차 OBC에 적용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완속 충전기 제품 1개당 고전압 다이오드는 보통 2개 채택되며, 이를 고려했을 때 2025년까지 고전압 다이오드 수요는 50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워큐브세미는 2023년 초 1200V급 다이오드 기술 개발 완료를 목표로 두고 있다.

에너지 효율 높여 탄소 배출 줄이는 ‘전력반도체’

전 세계적 뉴딜 정책 시행으로 차세대 운송수단 개발, 탄소 배출 저감 등이 중요시되며, 효율적으로 전기 에너지를 전환하는 ‘전력 반도체’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전력반도체(파워반도체)란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로 전기를 변환하는 부분에서 전압, 전류, 주파수, 직류(DC)/교류(AC) 등 전기 형태를 변환하는 스위치 역할을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교류 전기로 바꾸어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현재 대부분의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초 소재로 사용한다. 실리콘은 자원이 풍부해 가격이 저렴하고, 산소와 반응할 때 산화막을 형성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위칭 속도나 효율 등에서 한계를 보이며, 150도 이상이 되면 반도체 성질을 잃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자동차 차량 성능이 향상되며 발열량 역시 증가하여 미래 소재로 고집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이에 최근 실리콘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전력 효율과 내구성 모두 뛰어난 와이드 밴드갭(WBG) 반도체 소재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200°C 이상의 고온에서도 고전력밀도가 필요한 전력 소자에 활용된다. 주요 소재로는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산화갈륨(Ga2O3) 등이 있다.

인피니온의 SiC 실리콘 카바이드 기반 전력 모듈/사진=인피니온

이 중 SiC는 파워큐브세미의 주력 제품으로 열전도가 높아 전열 면적이 적어도 냉각이 간편해 주목받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는 탄소와 규소를 1:1로 결합한 화합물로 제조한다.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하며, 실제 다이아몬드처럼 투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같은 두께의 실리콘에 비하여 약 10배의 전압을 견뎌낼 수 있으며, 섭씨 수백 도에 달하는 고온에서도 문제없이 동작한다. 전력 소모도 적어 실리곤 반도체 대비 최대 10%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파워큐브세미가 연구하고 있는 산화갈륨은 SiC와 같은 광대역 화합물 반도체 물질로, 기존 실리콘 반도체 소재보다 고전압에서 반도체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전기차에 쓰이는 차량용 반도체에서 활용도가 높다. 반도체 소형화와 고효율화도 용이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미래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또한 기존 소재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용융상 성장법(Melt-growth method)을 통해 용액에서 고품질 대면적 웨이퍼로 만들기가 쉬워 저비용으로 대형 고전력 소자 제작이 가능하다. 산화갈륨 전력 반도체 제조 비용은 SiC 소재 대비 20~30% 수준 낮다.

미래 전망 밝은 전력반도체 시장

전력반도체 시장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SK 그룹 투자 전문 지주회사인 에스케이(주)는 1,200억원을 들여 국내 유일의 SiC 전력 반도체 설계·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에스케이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예스파워테크닉스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내 관련사들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강한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전기자동차 전환으로 전력반도체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의 내연차 한 대에 약 200~300개의 반도체가 사용되었다면, 미래 자동차에는 최소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후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파워큐브세미가 기술력을 갖춰 현재 전력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일본을 제치고 미래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