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AI 경쟁력 100위권 밖, 수학 없는 코딩이 낳은 결말

한국, 디지털 경쟁력은 상위권, AI 경쟁력은 100위권 밖 전문가, 수학 교육 없이 코딩만 교육하니 당연한 것, AI는 수학이 핵심 정책 관계자들, ‘디지털 교육 ≠ 소프트웨어 교육 ≠ AI 교육’ 이라는 사고방식부터 장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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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주최로 ‘디지털 혁신인재 양성,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김주희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본부장은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상위권에 속해 있으나 주요 분야인 AI 등에서는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IT업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내놓은 해결책이 다소 황당했다. “스타트업 고유의 성장 방정식을 풀어갈 수 있는 실전형 인재의 양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정부가 개별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서로가 보완할 수 있는 방향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실전형 인재’가 부족한 것이 AI 산업의 국가경쟁력이 낮은 원인인 것처럼 언급한 것이다.

참석한 기타 관계자들의 수준도 ‘디지털 인재 = 코딩 전문 개발자 = AI 전문가’라는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참석한 조병현 오피스룸 대표는 “스타트업은 빠르고 유연한 사업 운영이 필요한데 막 대학을 졸업한 신규 인력들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실무 능력이 아무래도 부족하기 마련”이라며,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배우는 창구가 더욱 늘어나고 스타트업의 빠르고 유연한 성장 방법에 맞는 인재 수급 방법도 확보됐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토론회 좌장을 밭은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나 정부 부처 대표로 나온 남철기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과장도 대학이 ‘실전’형 인재 배출을 위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사진=서병수 의원실

‘디지털 교육 ≠ 소프트웨어 교육 ≠ AI 교육’을 모르는 ‘전문가’들

토론회 내내 꽉 막힌 사고의 틀이 계속해서 공유됐다. 왜 한국이 디지털 분야에서는 상위권인데 AI 분야에서는 100위 안에도 못 들어가는지 그 원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실전’ 인재가 추가되면 AI 분야에서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만 팽배해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실전 인재가 부족하다’는 대학교의 컴퓨터공학과 교육이 성공적인 업무 역량을 발휘하는 현업 개발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테다. 여기까지만 제한하면 사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그러나 대학교 교육은 전문대가 아닌 이상 ‘실전’형이 아니라 ‘이론’형 교육일 수밖에 없다. 4년제 대학은 기본적으로 대학원 이상의 연구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탄탄한 이론적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물론 취업률 높이기를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 때문에 이견이 있을 수는 있으나, 서울 시내 명문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교수들에게 ‘파이썬(Python) 코드 몇 줄을 붙여놓고 데이터 파일 불러오기 실습에만 4시간을 쓰는’ 강남 일대의 IT 학원 교육을 하라고 하는 것은 대학교수들의 자존심을 산산조각내는 일이 될 것이다.

디지털 교육 ≠ 소프트웨어 교육

우선 정부 관계자들부터가 디지털 교육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디지털 교육은 1990년대에 이메일 주고받는 법을 알려주던 교육으로, 요즘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 사실상 필요 없는 교육이 됐다. 디지털 교육은 현재 60대 이상의 노령층에나 필요한 교육이다.

반면 소프트웨어 교육은 이른바 ‘개발자’가 되기 위해 전문적인 컴퓨터공학과 교육과 실전 활용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교육이다. 취업이 힘든 청년들에게 ‘국민내일배움카드’ 등의 지원을 통해 6개월 만에 속성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정책이 지난 2000년대 초반의 IT 버블 시절부터 20년간 이어지고 있으나, 현장의 개발자들은 ‘6개월 개발자’들을 혐오한다. 극소수의 인재들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지식을 흡수하고 성장할 뿐, 대부분은 외주전문업체(SI)에서 ‘코딩 노가다’나 하며 10년 경력임에도 1년 경력자보다 못한 실력으로 ‘복붙’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교육 ≠ AI 교육

소프트웨어 교육이 붕괴한 상태에서 이제는 ‘AI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치 6개월간 ‘개발자’ 교육만 받고 나면 AI 전문가가 되는 것처럼 과대 포장된 교육 광고가 곳곳에 널려있다. 실상은 예전의 ‘코딩 복붙’ 양산형 개발자들에게 AI라고 불리는 ‘코딩 라이브러리(명령어 묶음 체계)’를 몇 개 더 가르쳐 준 것에 불과하다. 즉, 아무런 쓸모가 없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AI 교육은 학부 4년간의 컴퓨터공학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듣더라도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내에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사실상 막혀있어 스위스에 AI 전문 대학을 설립한 스타트업 파비 대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AI의 밑바탕이 되는 계산과학 교육이 자연과학의 다양한 전공에서 연계 전공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이런 교육에도 불구하고 학부 수준에서는 단순한 데이터 처리 이상을 배우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학생들의 경우 서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의 명문대에서 석·박 과정을 거친 경우에도 해외 대학의 계산과학 학부 과정을 따라오는데 매우 힘들어한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의 교육을 통해 경험했다고 한다.

이름만 번드르르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정책

어떤 공무원이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없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 세금을 길바닥 혹은 삼류 IT 학원들에 버리겠다는 주장처럼 보인다.

디지털 인재 교육이 더는 필요 없을 만큼 MZ세대는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말한 것이라면, 안타깝게도 100만 명의 IT 개발자는 필요도 없고 그렇게 길러지지도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 상황과 인력 수준을 봤을 때 기껏해야 5만 명 정도가 개발자 양성 최대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부분의 대기업 IT 관계자들 증언에 나오는, 개발자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불러봤더니 코딩 한 줄 제대로 못 치고, 파일 저장 타입에 맞춘 코드 생성 프로그램도 못 돌리는 수준이더라는 인력들을 포함한 수치다.

만약 AI 전문 인력을 언급한 것이라면 더더욱 언감생심이다. 한국의 수학 교육 수준은 글로벌 선진국들 사이에서 최하위권이다. 고교 교육 과정 내내 문제 풀이만 반복하고 오직 수학능력시험 고득점을 목표로 할 뿐 수학적인 사고력 훈련은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계 노벨상으로 이름 높은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도 한국 수학 교육 시스템에서는 ‘열등생’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AI의 핵심인 계산과학 전공 관계자들은 ‘한국에 계산과학 전문가가 1,000명만 생겨도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며,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이라는 헛된 망상에 세금을 쏟아붓지 말고, 지금이라도 대학들이 글로벌 수준의 수학 교육을 제공해서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